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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되면 구글·애플 어쩌나…"증시 주도주 바뀔 것"

美 IT 업계, 법인세율 21→28%로 인상 공약에 긴장

사진=AP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되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금까지 뉴욕증시 상승을 이끈 대형 IT기업들의 이익이 세금 때문에 줄어들게 되면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증시 주도주가 바뀌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리서치를 인용, 바이든 후보의 기업 조세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순이익이 10% 이상 감소할 업종으로 IT, 통신, 소비재를 지목했다. 바이든 후보는 △최고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상향 △세율 15%의 기업 최저세금 신설 △미 기업이 해외에서 올린 수익에 적용하는 세율을 10.5%에서 21%로 인상 등을 골자로 하는 기업 조세 공약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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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기업 조세 공약이 현실화할 때 미 S&P500 업종별로 예상되는 순이익 감소율 /자료: WSJ,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리서치

그동안 S&P 500 평균보다 낮은 실효세율이 적용됐던 IT기업들의 부담 과중은 바이든 후보 당선 이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에 적용된 세율은 평균을 밑돌았다. 하지만 해외에서 올린 수익 과세율이 두배로 뛰면 IT기업의 부담 세금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기업은 평균적으로 매출의 60.3%를 미국에서 올리는 반면 IT기업들은 43.5%에 그친다. 그만큼 세율이 21%로 뛸 해외 수익의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세제 개편으로 미 IT기업의 이익이 줄어들게 될 경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최근 미 IT기업의 이익 증가보다 주가 상승 속도가 훨씬 빨랐기 때문이다.

IT기업을 대신해 시가총액이 장부가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저평가된 가치주가 각광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모간스탠리 자산운용의 리사 샬렛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기술주 비중을 축소하고 산업, 소재, 금융주 비중을 확대했다”며 “바이든 후보의 세제 공약의 영향력이 업종별로 다르기 때문에 주도주가 바뀌는 순환장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 정부가 대형 IT기업을 상대로 반독점소송을 검토하는 등 규제가 강화되는 분위기도 악재로 꼽힌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공약대로 실제 세제 개편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주당이 미 상원 의석에서 다수당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세수 증대로 재정지출이 확대되면 경제가 성장해 세율 인상에 따른 이익 감소를 상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고운 기자 한경닷컴